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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갤러리]쿠바노 삶과 사람 담은 조재만 사진작가 느림·여유·행복의 미학 응시

월간 리치 | 2014.06.09

주름진 할머니의 옆모습, 흑인아이와 백인아이가 손을 맞잡은 모습, 오래된 고급스러운 클래식카들의 나열. 어딜 가나 쉽게 만나는 체게바라의 흔적. 소박하게 살면서도 곧잘  행복하게 웃고만 있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조재만 작가의 카메라가 초점을 맞춘 대상은 그저 일상과는 다를 것 없는 풍경, 그리고 사람들이었다.
쿠바 여행에서도 그는 사진 작품 완성도를 얻기 위한 그만의 의식을 되살려 냈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매일같이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모든 도시에는 그 도시만의 리듬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각각의 도시마다 다른 어떠한 미묘한 움직임이다. 길을 걷다보면 모르는 사람과도 발걸음이 맞추어질 때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채 주변 사람들과 리듬을 맞추며 살아간다. 처음 방문한 도시에서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그 도시와 리듬을 맞출 필요가 있다. 난 첫날부터 가랑비를 맞으며 아바나 시내 구석구석을 걸으며 리듬을 맞추고 느리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현지 도시에 무젖어 들어

그는 말한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결국 나를 찾는 여행”이라고.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져왔다고.
지나간 여행지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여행길에서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을 즐기는 작가다. 만남마다 진한 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우정이 있어서라고 한다. 그런 소중한 만남들을 기억하는 매 순간들이 나에겐 추억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여행 길 이기 때문이다.
“내가 찍은 한 장의 사진과 내가 적은 한 줄의 메모가 긴 여정을 대변해주기도 한다”는 그는 오래된 수첩을 꺼내 보듯 나만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글을 사랑하기에 그 사랑을 나누는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편다.
조재만 작가의 이번 작품세계를 보노라면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피어 오른 따뜻하고 행복한 에너지들에 녹아드는 경험에 접어들지 모른다.
아직은 생소한 역할 ‘앱티스트’를 표방하는 ‘우키는 사람들’ 백욱희 대표에 따르면 이번의 작품에 담긴 감성들은 그 전에 보여줬던 실험적 작품과는 다른, 색다른 반전을 보여준다.


쿠바의 삶과 사랑이 밑바닥에 스며들기까지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쿠바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기 위해 3주 동안 4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소중한 사진들을 기록하고 감동 받고, 감사했다”고.
낡음의 대명사라 불러도 좋을 월드뮤직의 중심 아바나(스페인어 발음, Havana), 느림의 미학이 살아 생동하는  Trinidad, 체게바라가 잠든 곳 Santa Clara, 럼과 시가의 마을 Vinales 까지 걷고 다가가기를 지속한 끝에 그는 인생의 긴 여로와 중남미 외딴 나라의 긴 여로의 오버 랩을 느꼈다.
자본주의 첨단을 달리는 대한민국에서 온 젊은 사진작가를 오랜 빈티지의 도시와 산하는 대서양 너른 품으로 대륙을 안 듯이 품어 주었고 그 순간 순간을 담아 냈다.
입국 당시 생소함에 압도됐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스페인 말로 아바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갑작스레 불어 닥친 비와 태풍에 출입국 사무소가 정전이 되어버리는 웃지 못 할 사건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묵묵히 전기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쿠바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쿠바에 왔구나 실감했다”고.
이어 공항에서 아바나 시내로 들어가는 길, 생소하면서 따뜻하고 여릿여릿한 톤으로 다가 왔다 또 멀어져 가는 볼거리들을 접하면서 이 곳에 오길 잘 했다며 감격했다고 말했다.


오래도록 그리운 쿠바노들, 그리고 아바나

백욱희 대표는 평한다. “피사체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담아낼 수 있는 그의 여유와 행복은 사람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그의 내적 에너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대개의 예술가 혹은 사진작가는 감정적으로 쉽사리 공감하기 힘든 고유의 철학과 사유에 심취해 있기 일쑤여서 대중과는 쉽게 호흡하지 못하는 배타성과 장벽을 만들어내는 반면 조재만 작가는 가시화된 ‘행복’이라는 장면들을 사진이라는 예술 속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으로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셔터의 주인공이 된다는 그의 철학은 바로 그가 가진 예술적 능력이자 무기가 아닐까라고 백 대표는 논평했다.
이어 “짧디 짧은 1초조차도 붙잡을 수 없을 만큼 현실의 세상은 참으로 연속적으로 이어져있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멈춰질 수 있는 현상들이란 어찌보면 삶의 연극이자 예술이자 우리의 현실이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에 문득 조재만 작가의 시선에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돌아오던 길에서 얻었던 생각을 그는 담담히 전한다. “혁명이 끝난 지도 반세기가 지나고, 자본주의 문화가 유입 되면서 쿠바도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10년 뒤의 쿠바는 지금의 쿠바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쿠바를 떠나왔다, 그리고 오래도록 쿠바노들 Havana 가 그리워 질것만 같다”고.


‘해피 언더그라운드’ 추구에서 급반전

한때 그는 이름 하여 ‘Happy Underground'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행복을 발견하고자 애썼다. 국내 사진계에서 다소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행보를 걸었던 까닭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아니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원래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 배우와 연출을 꿈꾸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의 큰 키는 80년대 배우에겐 유리한 신체조건이 아니었고 단체생활이 요구되는 연극, 영화의 특성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렸고 그의 감성에 포착된 것이 바로 영상과는 다른 ‘멈춰진 장면’이었다.
사진에 입문한 그는 뉴욕에 건너 가 실력을 인정받아 뉴욕 국제사진센터에 둥지를 틀었고 얼마간 패션 사진과 광고 사진을 찍다가 소수자들의 삶을 담으며 실험적 작품 세계에 심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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