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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이주열 시대... 소신 노선 걸을까 정통 한은맨 컴백“국민경제에 최선”

월간 리치 | 2014.04.09

손질된 한국은행법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열린 한은 총재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이주열 신임 총재 시대의 진로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고 한다면 적정한 판단일까?
대외 경제 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경제정책 자체가 이같은 연관관계를 꿰뚫는 대응을 요한다는 점에서 통화당국의 앞날은 쉬이 점치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도 이번 청문회를 경과하면서 독립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더라도 새로운 통화당국 수장은 국민경제에 가장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가에 집중할 것이란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한은 안팎에선 첫 인사청문회가 정책검증의 장으로 진행된 것을 매우 흡족하게 여긴다.
지난 3월 19일 인사청문회에서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이주열 총재 내정자에게 “오늘 인사청문회가 정책 청문회가 된 것은 후보자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평가"라고 말했다. 재산이나 병역 등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하는데 급급한 여느 청문회와 달리 도덕성 측면에서 지적할 사항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 일종의 덕담이었다.
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과 정책 방향에 대한 검증이 지속되는 동안 이 총재는 ‘외유내강’ 면모를 유지했다. 미소를 은은하게 피어 올리는 특유의 표정을 살린 채 ‘통화정책전문가’로서 관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가안정 가치 기반 위에
성장과 금융안정

매파적(hawkish)이냐 비둘기파(dovish)쪽이냐 하는 분별은 시장 움직임에 민감한 사람들의 영역일 뿐 이 총재의 언행은 지극히 교과서적이라고 보는 게 온당하다.
그의 발언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것은 단연코 “국민 경제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염두에 두면서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경제가 저성장 기조인 지금, 물가와 성장이 균형 있는 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한은의 기본 역할과 통화정책 방향 관련, “물가안정은 변함 없는 가치”라고 바탕을 닦은 가운데 “물가안정을 제일 중요한 요소로 보고, 성장도 도외시하지 않겠다”는 스탠스를 명확히 했다. 
이런 바탕 위에 그의 지향은 물가와 성장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겠다는 게 중심을 이루는 셈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안정 도모를 위해 중앙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며 새로운 시대적 요청을 숙지하고 잘 알고 있음도 알렸다.
관련해서 “금융안정이 한은법에 명시되긴 했지만 물가안정과 병렬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은 수용하지만, 한은 책무인 물가안정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본역할을 명시하고 국민경제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상정하면서도 그는 청문회 내내 한은 독립성을 강조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압력의 대명사로 불리는 청와대 서별관 회의의 경우 선별적으로 참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통화정책방향 해석 엇갈림 오히려 당연

새 총재의 인식과 설명은 같은 것인데 해석과 전망하는 방향은 엇갈리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중도파로 분류하는 분석조차 반대하면서 필요하다면 매파적 선택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혼조돼 있다. 
정부와의 정책 공조 원칙을 스스로 제시했고 한은이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계획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배경에서,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부와의 공조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는 전망은 비롯한다.
달리 볼 때 현재 금리 수준이 “경기회복을 충분히 뒷받침할 만큼 완화적”이라는 견해에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한 만큼 금리를 내릴 여지는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띠고 있다.
나아가 경기 지표가 나아지는 가운데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보다는 금리 인상 선택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미국 테이퍼링 완화에 더해 미국 금리인상 시기 예측과 관련한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 움직임이 일어날 경우를 상정해도 마찬가지다
이 총재가 이끄는 한은은 국내 시장 안정을 겨냥한 공개시장조작 등 쓸 수 있는 수단들을 놓고 최적의 조합과 집중 처방을 우선시 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실제 그는 외국자본유출 압력이 커질 경우 금리인상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는 선에서 그쳤다.
금융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지극히 원론적 또는 교과서적인 견해 표명이다 보니 오히려 그 해석과 향후 전망이 엇갈린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가계부채조차  “원칙대로”, 중용의 미학 추구

이 관계자는 이어 “부총재 시절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당시 총재가 한쪽은 거시정책 집행을 위한 강공 모드로 일관하고 다른 한 쪽은 독립성 원칙에 기반한 행보를 고수하면서 사실상 대립각이 섰던 때를 떠올려 본다면 앞날을 내다볼 때 유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수장들 사이에 동기와 우선하는 가치의 미세한 차이 만으로도 대립은 얼마든지 빚어질 수 있었던 때다. 위태로운 상황이 여러 번 있었겠지만 수장 보좌 역할의 정점에 선 인물들이 적극적인 설득와 해명이 수반되는 소통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갈등과 충돌이 현실화하는 사태를 면치 못했을 개연성이 짙다.
눈을 돌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역시 금리인상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금리정책을 할 때 가계부채문제만 볼 수 없다고 밝히는가 하면 감내능력이 취약한 한계 가구에 대해서는 미시적 정책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처방을 놓고 그가 제시한 정공법 역시 시사하는 바 크다. 저소득층 부채는 예의주시하면서 사회안전망 차원의 접근을 해야 하지만, 상위 소득계층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기 때문에 전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비화될 일이 아니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설사 금리가 올라 이자상환부담이 늘더라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금리로 가계부채를 잡자는 것이냐면 단호히 바로잡으려 한다.
부채의 총량 관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되 가장 좋은 방법은 고용 보장이고 일자리 문제 해결이 가계부채 문제를 풀 최선의 방책이라고 지적했다.
너무 지나치지도 않고 미치지 못함이 있지 않도록 물가. 성장, 금융안정 모든 핵심과제의 조화를 고려하는 가운데 모든 선택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까닭은 이런 연유에서 기인한다.  


외유내강 행정부 등과 소통 경험 많아

제25대 한국은행 총재 취임을 코 앞에 둔 그는 ‘35년 경력’의 통화정책 분야 베테랑이다.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한은에 입행했다. 이후 핵심 부서인 조사국에서 주로 근무하다가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현 통화정책국장), 부총재보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특히 국내외 경제 전반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조사국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정책기획국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3년간 뉴욕사무소에서 수석조사역으로 근무하고, 2002년에는 조사국 해외조사실장을 지낸 바 있어 국제금융에도 밝은 인물로 꼽힌다.
온화하고 꼼꼼한 성격에 외유내강형 리더십을 바탕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설정해 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매파냐 비둘기파냐 아니면 중도파냐 하는 것보다 정부 당국자들과도 활발한 교류와 소통능력을 발휘한 것처럼 시장 참여자들과 국민경제 현안 차원에서 기준을 삼겠느냐 외부 입김에 흔들릴 것이냐를 지켜보는 것이 참된 과제라고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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