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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갤러리]김명숙 조각가 여체에 스며든 따스한 온기

월간 리치 | 2014.01.15

최근의 조각계는 물성과의 긴장과 상호작용을 통한 조형의 창출에 관심을 쏟기 보다는 디자인 자체에 역점을 두는 경향이 많아졌다. 조각가가 재료를 직접 가공하는 일이 드물어지고, 오히려 도면상으로 하는 일들의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건축조형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조각가들의 역할이 감각적인 모델링을 멀리하고 도면상으로만 참여하는 조형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각가 김명숙은 여류로서는 드물게 모델링 조각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작가다. 주로 석조와 브론즈를 많이 하면서도 손맛과 재료의 물성을 절묘하게 구현해내는 감각있는 조각가다. 그렇다고 모델링을 재현 일변도의 기계적인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감각에 충실하면서, 그에 따른 개성적인 표현의 묘미를 한껏 과시하는 끼 넘치는 조각가이다.
최근 들어 모델링 조각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만, 작가는 그것을 묵묵히 지켜오면서 조각이 왜 조각이어야 하는지를 작업으로 웅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작가가 보여준 모델링 조각의 정수는 밀도와 완성도, 그리고 조각가들이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물성의 문제 같은 것들을 충실하게 보듬어온 데서 발현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조각가 김명숙의 조각은 군더더기가 없고 더함도 덜함도 없는 절묘한 완성도로서 구성과 표현을 폭넓게 성취시켜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완성도를 근간으로 단순하고 간명한 구성을 구사하는 작가의 작품은 볼수록 묘미를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대목이 리드믹한 구성이다. 리드믹하게 병형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인체를 발랄하고도 우아하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그만의 독특한 감각이다.
그의 작품에는 절제된 가운데서도 흐름을 아주 미묘하고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선율이 풍부하고도 유려한 곡면이 반드시 주어진다. 인위적으로 절단한 듯하면서도 생략을 강조한 것일 수 있는데, 그것은 작품 전체에서 없어서는 안 될 놀라운 요소가 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아마 이 요소가 작가 작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체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보통의 모델링 작가들이 흔히 그렇듯 인체를 다루고 있다. 그런게 그가 표현해 내는 인체는 보면 볼수록 구조에서부터 디테일에까지 묘미가 있다. 바로 과감하고도 기묘하게도 흐르는 유려한 곡면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처리에 의해 작가의 작품은 절재와 산뜻함을 담보하고 있다.
잘 정제되고 충실한 구조의 처리가 돋보이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산뜻하고 이지적인 분위기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을 자극한다. 이지적이고 차가운 듯하게 면 처리를 하면서도 부위에 따라서는 과장과 생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해낸다.
특히 인체의 상당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절단하면서도 작가는 여체의 둔부를 자주 과장하거나 강조하곤 한다. 이 대목에서 다분히 작품이 코믹해지기도 한다. 오히려 과감한 절단이나 생략이 그러한 특정 부위의 강조나 과장의 처리들과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사실 작품의 구조는 대단히 단조로우면서도 볼수록 어떤 대비적인 조합들이나 대조적인 포인트들이 부상하기 시작한다. 표면을 국한적으로 매끈하고 윤기나도록 가공한 표현 위해 손가락으로 속도감 있게 흩어준 거친 터치가 결정적으로 조합된다.
여체 작업은 무한의 영역

이렇듯 양감을 중시하되 결코 무겁지 않은 산뜻함과 정적인 듯 하면서도 생동적인 리듬이 살아있는 포즈나 구성이 절묘하여 모델링 조각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인체, 특히 여체가 주는 구성의 묘미와 도발적인 발랄함, 관능적 해학이 은근히 발산되는 표현은 작가만의 조각쟁이로서의 감각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특히 재료 자체가 스스로 말을 하는 물성적 국면을 예민하게 포착해 내는 점들을 보면 확실히 작가는 생동적인 감각이 살아있는 조각가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재료의 물성에 예민한 작가이기에 대부분 옥외 작품들의 캐스팅을 함에 있어서도 보통 흔하게 대하는 청동이 아닌 백동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작가가 시대의 변화상까지 외면하면서 외골수와 같은 경직된 조형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작가의 조형 자체가 유려한 곡선을 강점으로 하고 있듯이 작가의 조형적 입장도 역시 유연하다.
조각의 본질과 영역에 대해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관점으로 관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의 작품들을 보면 자신의 조각이 시대상의 변모에 따라 어떤 교감의 채널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뇌하고 성찰한 흔적들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우선적으로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모델링에 의한 조각의 영역을 보다 열린 공간으로 외출시키는 조심스러운 탐색을 시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시도가 열린 바깥 공간에서의 조각이라 하여 자신의 모델링 자체를 약화시키거나 생략하는 무리수는 아니다. 자신의 손맛이 전하는 섬세한 감정의 표현의 내용들을 보다 열린 공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정도이다. 옥외 공간을 위한 것으로 크기 자체가 커지고 아울러 미관의 손상이 가지 않는 백동으로서의 선택 등도 작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공공미술의 개념과 얼마나 일치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그 점이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작가의 순수한 아날로그적 모델링이 황량한 도시 공간 속에서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지체 있는 시민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고자 하는 소박한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애초부터 작가는 어떤 작품이든 산뜻하고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고조적이거나 무거운 개념적인 것들을 거부한다. 각고의 정교한 작업 끝에 선보이게 되는 둔부 이미지의 부조작업들을 보더라고 작가의 산뜻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사방으로 반복되고 있는 질서 속에서 둔부라는 디테일은 채널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만 실없이 전해주는 애교 넘치는 메시지인 것이다. 가볍게 만나 빙긋이 짖는 관객의 미소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작가는 헤아리고 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마지막으로 김명숙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지고 싶은 충동을 가진 사람이라면 만져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한 인터액티브, 그 어떤 반응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우리의 미술이 큰 성취를 거두는 것이 아닌가, 요컨대 조각이 조각다운 것이 먼저면 관객은 호응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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