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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도전과 혁신으로 창조경영 완성하자”

월간 리치 | 2013.11.11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500억원 어치. 내 자식같은 무선전화기가 타는 것 같았다. 그 화형식이 계기였다. 우리 가슴 속에 불량에 대한 안이한 마음을 털끝만큼도 안 남기고 다 태워버렸다. 새로운 출발이었다. 지금의 삼성은 거기서 시작됐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의 회고다. 1995년 신경영 선언 이후에도 무선전화기 등의 불량률이 치솟자 이건희 회장은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무선전화기 등 15만대, 500억원 규모를 불태우는 화형식을 치렀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

1987년 말 취임한 이건희 회장은 5년 만인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주요 주요 계열사 임원을 모아놓고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과 함께 재창업에 가까운 경영 혁신에 나섰다.
당시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참담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1992년 삼성전자 VTR은 경쟁 제품에 비해 부품은 많으면서도 가격은 오히려 낮은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TV는 미국 전자 제품 매장의 구석에 처박혀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세탁기는 금형이 잘못돼 플라스틱 모서리 부분을 일일이 칼로 잘라내고 공급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의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암 2기다. 이미 망한 회사다’라는 1993년 신경영 당시 문구를 보면서 처음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서운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건희 회장 말씀을 들을수록 그 위기감이 절절하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취임 시절부터 삼성의 명품 디자인과 소프트 경쟁력도 강조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당시만 해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그런 무형의 가치가 명품과 평범한 것의 차이였다”며 “이 회장의 앞선 안목과 생각이 결국 지금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삼성의 명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신경영 선언 이후 1993년 29조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380조원으로 13배 늘고, 수출은 107억달러에서 1천572억달러로 15배 증가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를 기념하는 공식행사를 지금껏 하지 않던 이건희 삼성회장이 ‘변화의 심장이 뛴다’라는 슬로건으로 신경영 20주년을 기념하는 만찬행사를 가졌다.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10월 28일 열린 신경영 선언 20주년 기념 만찬회에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사장단과 부사장단, 협력사 대표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초일류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한길로 달려왔다”며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초일류기업을 향한 새로운 첫발을 내딛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양(量) 위주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질(質) 중심으로 바꾸면서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회상하며 “그 결과 우리는 창업 이래 최대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강한 브랜드와 프리미엄 제품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성공신화를 이루어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과 함께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 등의 실적을 거뒀다. 올 3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수익모델이 스마트폰으로 편중되는 증 사업부분간, 계열사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IT를 이을 후속 신수종사업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또 삼성의 노조를 인정치 않는 관행과 풍토는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대 조류와 맞지 않아 새로운 변신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 잇따른 불산 누출과 화재 사고 등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다시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가 이룬 성과 만큼 사회적 기대와 책임도 한층 무거워졌다”며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도약 혁신 주문

이날 행사는 ▲신경영 20년의 성과의 의미 ▲주요 경영진의 신경영 회고 및 성과와 다짐 ▲이 회장의 신경영 20주년 영상메시지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또 행사장 로비에는 ▲창조적 비상(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해양도전과 창조, 혁신(삼성중공업) ▲새로운 역사 창조(삼성건설) 등 계열사별로 업종별 특성에 맞게 신경영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전시돼 참석자들이 신경영 철학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이 회장의 신경영 철학과 삼성의 성과와 발전을 소개하는 국내외 38권의 책도 함께 전시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가왕’ 조용필이 참석해 자리를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조용필 씨는 평소 이건희 회장 부부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유명한 가수 바다도 함께 초대받았다. 앞서 삼성은 지난 1월 9일 이건희 회장의 72세 생일만찬에 가수 ‘씨스타’를 초청한 바 있다.
삼성은 당초 8월에 신경영 20주년 기념만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 회장이 폐렴 증상으로 입원하고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출장을 떠나면서 연기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이번 만찬을 통해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동시에 다시 재도약을 뜻하는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경영 핵심


1. 질 위주 경영
삼성 신경영은 이제까지 지속되었던 양 위주 경영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질을 중심으로 양이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의 경영구조를 실현하겠다는 질 위주 경영이다. 이에 대한 1차적 목표는 불량을 없애는 제품의 질 혁신이었다. 그에 따른 실질적인 조치 중 하나가 라인스톱 제도였다. 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제조과정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다음 재가동함으로써 문제 재발을 방지하는 혁신적인 제도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세탁기 생산라인을 시작으로 전자 관계사의 모든 사업장으로 확산됐다. 효과는 컸다. 전자제품의 경우 1993년의 불량률이 전년도에 비해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줄어들었다. 라인스톱제와 함께 삼성의 뼈를 깎는 의지를 보여 준 사례가 1995년 3월에 있었던 불량 무선전화기 화형식이다. 전 임직원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
2. 열린 인사
신경영의 변화는 공정한 인사의 전통을 조직에 뿌리 내리고, 시대 변화에 맞는 능력주의 인사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열린 인사는 능력과 의욕만 있으면 문호를 열어주는 기회균등 인사, 능력과 업적에 따라 대우받는 능력주의 인사, 사원의 부족한 능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인사 등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었다.
3. 여성인력 활용 확대
이건희 회장은 우리 사회와 기업이 여성이 지닌 잠재력일 잘 활용한다면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신경영의 하나도 남녀차별 관행을 걷어내는 일이었다. 1992년 4월 여성전문직제를 도입하고 전문지식과 우수한 자질을 보유한 여성인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소프트웨어직군에서 100명의 우수 여성인력을 공채했다. 1993년 하반기 대졸사원 공채에서는 여성 전문인력 500명을 선발한 것을 시작으로 대규모 여성인력 채용을 본격화했다. 이건희 회장은 기혼 여성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 전국 주요 사업장에 기혼 여성을 위한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4. 21세기형 인재 양성
 이건희 회장은 “기업이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며, 양질의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은 경영의 큰 손실”이라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은 1990년부터 지역전문가제를 운영해 2012년까지 4,400여명을 세계 각국에 파견했다. 1994년에는 제조 부문의 과·차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테크노 MBA 과정을 도입하고, 1995년에는 경영지원 부문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소시오 MBA 과정을 도입했다. 한편 삼성은 신경영 철학을 확산하고 성과를 치하하기 위해 1994년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임직원을 시상하는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제정했다.

주요 연혁
1987년 11월  회장 취임
1988년  3월 제2창업 선언
1988년 11월 삼성전자, 반도체통신 흡수합병
1989년  9월 잭 웰치 GE회장 접견
1989년 12월 삼성복지재단 설립
1991년  3월 제1회 호암상 시상식
1992년  3월 부시 미국대통령 단독면담
1993년  3월 그룹 新CI 정립
1993년  5월 협력사 대표 오찬간담회
1993년  6월 삼성 신경영 선언
1993년  7월 全 계열사 조기출퇴근제 실시
1993년 10월 제1회 여성지위향상 골든 어워드 수상
1994년  1월 일본 본사 출범
1994년 10월 삼성 사회봉사단 출범
1994년 12월 빌 게이츠 MS 회장 오찬
1995년  1월 미주·구주·중국 본사 출범
1995년  3월 삼성디자인학교(SADI) 설립, 여사원 근무복장 자율화
1995년  7월 공채 필기시험 전면 폐지
1995년 10월 영국 윈야드 전자단지 준공식
1996년  4월 멕시코 티후아나 복합단지 시찰
1996년  7월 IOC위원 선정
1997년  2월 말레이시아 전자복합단지 건설
1998년  2월 사마란치 IOC위원장 접견
1998년  3월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준공
1998년  4월 엘빈 토플러 박사 면담
1998년  5월 후진타오 부주석 접견, 볼보 회장 접견
1998년  9월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 만찬
1999년  6월 IOC 서울 총회 참석
2000년  9월 시드니 홍보관 개관식 참석
2002년  1월 서울大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 수여
2002년  7월 삼성이건희장학재단 설립
2002년 11월 삼성 펠로우 제도 시행
2003년  6월 에드윈 퓰러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 접견
2003년  7월삼성 브랜드 가치 100억불 돌파
2004년  6월 프랑스 레종드뇌르 훈장 수훈, 아테네 올림픽 성황봉송
2004년  9월 동유럽 현장경영
2004년 10월 리움 미술관 개관식
2005년  7월 동남아 현장경영
2005년  9월 화성 반도체 2단지 본격 투자
2006년  9월 벤 플리트 상 수상, 뉴욕 사장단 회의 주재
2006년 11월 태릉 선수촌 격려 방문
2007년  1월 평창 올림픽 유치 지원
2007년  2월 과테말라 IOC총회
2010년  1월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칼리파 완공, CES 방문
2010년  2월 호암 100주년 기념음악회, 벤쿠버 올림픽 활동 
2010년  5월 소니 회장 접견, 화성 캠퍼스 기공식 참석
2010년  9월 와세다大 명예박사 학위 수여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 IOC총회, 평창 올림픽 유치 성공
2011년 10월 제임스 호튼 코닝 명예회장 면담
2011년 11월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장 오찬
2012년  4월 멕시코 카를로스 슬림 텔멕스텔레콤 회장과 만찬
2012년  6월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만찬
2012년  9월 홍콩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 면담


월간 리치 | 2013.11.11 컨텐츠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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